산티아고 순례길 7일차 | 로스 아르꼬스에서 로그로뇨까지 걷다(Los Arcos-Logroño, Camino de Santiago)
[벤콩부부세계여행] D + 568
산티아고 순례길 7일차
2019.10.09
오늘은 에스떼야에서 로그로뇨로 가는 날이다.
28km를 가야하는 날이라 아침에 엄청 일찍 일어났다.
거의 5시 45분에 일어나서 냉동피자로 밥을 먹고 출발하니 6시 45분이었다.
이렇게 일찍 출발하는건 또 처음이었다!
어둑한 길을 걷는데 오늘은 구름이 많은지 별이 보이지 않았다.
1시간 넘게 어두운 길을 걷다보니 산 위로 붉은 하늘이 보이기 시작했고 가까운 곳에 산솔sansol 마을도 보였다.
산솔에 들러 커피랑 주스 한잔씩 하고 다시 길을 걷기 시작했다.
빗방울이 조금씩 떨어지기도 했지만 다행히 비는 많이 오지 않았다.
걸으면서 오른쪽으로 멀리 보이는 돌산이 정말 아름다웠는데, 그쪽에만 빛이 비춰서 더 멋져보였다.
마을을 나가면서 만난 할아버지께서 돌산에 있는 형제봉우리에 대해 이야기도 해주셨다.
오늘은 작은 언덕들을 많이 오르락 내리락 했는데, 역시 포도와 올리브 밭이 정말 많았다.
중간지점에 있는 조금 큰 도시인 비아나Viana까지 5km정도 남은 곳에 작은 푸드트럭이 있어서 간단하게 바나나랑 사과도 사먹었다.
아침에 먹고 가지고 온 냉동피자도 한조각씩 먹고 다시 길을 걸었다.
오늘은 생각보다 시간도 빨리 흘렀던 것 같다.
오전 6시 45분에 출발했는데, 12시가 넘어서 비아나 마을에 도착했다.
로스 아르꼬스 마을에서 18km되는 지점이었다.
정오쯤인데도 하늘에 구름이 많아서 덥지 않았던 날이라 걷기에 더 수월했던 것 같다.
아기자기한 비아나의 골목길을 걸었다.
하늘이 맑았으면 사진이 더 예뻤겠지만, 이런날씨도 환영이다 :)
비아나에서 점심을 먹고 가기로 하고 Cafe la Rua라는 곳으로 들어가서 츄러스랑 라자냐를 주문해서 먹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다.
확실히 스페인은 츄러스가 너무너무 맛있는 나라다.
스페인은 데사유노로 츄러스를 먹는다고 엄마에게 얘기했더니 인상을 쓰던 모습이 생각난다 ㅋㅋㅋ
한국의 어머니들은 이해할 수 없는 식사 메뉴인 듯!
마을을 떠나면서 귀여운 고양이를 만났다.
너무 날씬해서 뭐라도 주고 싶었지만, 줄 게 없어 미안~
암튼 맛있게 먹고 로그로뇨까지는 10km를 더 가야해서 다시 힘을 내서 출발했다.
대부분 내리막길이었고 날이 맑아지기 시작해서 풍경이 더 아름답게 보였다.
바람도 시원하고 새소리도 좋고, 그래서 앉아서 새소리 듣는 여유도 즐겼다.
왼쪽 어깨가 조금 뭉쳤는지 뻐근했지만, 숙소가면 잘 풀어줘야겠다.
오늘은 총 28km를 걷는 날이라 생각보다 하루가 길었다.
아주 쭉 뻗은 아스팔트 길 옆 다리를 건너는데, 이런 풍경은 또 처음이라 한참을 바라봤던 것 같다.
차 한 대 없이 아스팔트 길과 양쪽으로 울창한 나무들을 보니 뭔가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랄까?
로그로뇨가 아주 멀리 보였다.
그래도 하늘이 점점 맑아져서 일까.
기분과 힘이 조금 나는 것 같았다.
아무래도 꾸물꾸물한 날보다는 해가 있어서 텐션이 좀 올라간다.
다같이 텐션을 올려보자 ㅎㅎㅎ
육교를 지나 귀여운 숲길을 살짝 거닐 수 있는 길이 나왔다.
아스팔트 옆 길을 그렇게 걸으니 느낌이 사뭇 이상했다.
마지막엔 로그로뇨 마을이 보이는 상태에서 걸었는데도 생각보다 지쳤던 것 같다.
그렇게 쉬엄쉬엄 로그로뇨에 도착했는데, 도시가 크고 생각보다 고풍스러웠다.
어느 알베르게를 잡을까 고민하다가 광장 옆 쪽에 있는 교회에서 운영하는 알베르게에 체크인을 했다.
여긴 돈이 없다면 무료 숙박도 가능한 알베르게 였는데, 기부도 가능한 곳이라 저녁식사 후 알베르게 겸 식사비용을 기부했다.
이런 시스템은 처음이라 정말 신기했다.
막 좋은 시설은 아니지만 그래도 괜찮았고 저녁식사도 먹을 수 있어서 먹기로 했다.
짐풀고 씻은 후에 광장으로 나가봤다.
다리 뭉친 것도 풀어주고 파스도 붙이고 했다.
세상 슬픈 표정의 오빠 ㅋㅋㅋ
생각보다 날씨가 차가웠는데 메르까도나가 있다고 하길래 마카롱이 있나 가보기로 했다.
걸어가면서 로그로뇨 곳곳의 골목을 구경했는데 정말 유럽풍의 끝판왕이라 아주 멋졌던 기억이 난다.
유럽갬성 건물들 ㅎㅎㅎ
메르까노나에 마카롱은 없길래 오랜만에 도너츠랑 과자 하나를 사서 나왔다.
알새우칩 같은 과자 오랜만에 먹으니 정말 맛있었다.
길거리 벤치에 앉아 초코우유랑 같이 먹고 숙소로 돌아왔다.
알베르게로 돌아오는 길에 본 풍경들.
세요(Sello :도장)를 가득 찍은 스페인 세뇨르의 몸을 그린 벽화는 엄청 인상적이었다.
멋지다.
저녁식사는 8시 15분부터라고 해서 침대에 올라가 각각 휴식을 취했다.
둘다 2층침대고 난간이 없어서(특히 긍정님은 벽도 없는 자리라 양쪽이 휑했다.)
조금 불안했지만 그래도 나름 아늑했다.
푹 쉬다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식당으로 올라가봤다.
성당에서 주는 식사라 왠지 기도같은 걸 할줄 알았는데, 역시 기도를 했다.
각자 어디서 왔는지 이름과 나라를 이야기하고 순례자를 위한 간단한 노래도 불렀다.
물과 빵, 샐러드, 빠따따 리오 아나라는 감자요리도 먹었다.
생각보다 너무 맛있었고 와인까지 따라주셨다.
디저트로 요거트도 하나씩 먹고는 크레덴시알 스탬프를 찍기 위해 성당으로 통하는 문을 지나갔는데 그 전에도 기도를 하셨다.
기도 후에 성당 옆 사무실같은 곳에서 스탬프를 찍어주셨고 방으로 돌아오니 10시였다.
도네이션 금액을 상자에 넣고 양치를 했다.
내일은 또 새로운 도시로 이동을 한다.
Navarrete라는 도시로 갈 예정인데 16km 정도라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푹자자.